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사설] BTS 인증샷 찍은 맹방해변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니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사설] BTS 인증샷 찍은 맹방해변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니

이진국 0 5 04.27 09:55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소가 5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한다. 이 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재킷 촬영지로도 유명한 맹방해변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됐다. 1·2호기가 다 가동되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연간 1300만t에 달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한쪽에선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다른 쪽에선 새로 가동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2050 탈석탄’ 달성을 위한 제대로 된 로드맵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10리(약 4㎞)에 걸쳐 이어져 ‘명사십리’라는 별칭을 가진 맹방해변은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광객과 BTS 팬들로 북적였던 곳이다.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모래는 해안침식으로 깎여나가고 몰아치는 파도는 검은색으로 변했다. 삼척블루파워가 방파제를 세우면서 해류가 바뀌어 고운 모래가 쓸려나가자 그 자리에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공사장에서 나온 오염된 흙과 슬러지(하수 찌꺼기)를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후손들은 맹방해변의 아름다운 모랫길을 사진이나 BTS 앨범 재킷에서밖에 볼 수 없게 됐다.
맹방해변이 망가진 것도 문제지만, 이 발전소가 배출할 연간 1300만t의 온실가스는 내연기관차 500만대 배출 규모와 맞먹고, 국가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의 1.8%에 달한다. 환경부가 2022~2023년 전력 부문에서 줄였다는 온실가스가 약 1000만t이니, 그 2년의 감축량을 일거에 뒤집는 셈이다. 삼척블루파워는 ‘친환경 명품 발전소’임을 강조하면서 ‘지역상생’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한다고 홍보하지만, 삼척 시내 중심부에서 불과 5㎞ 떨어진 이 발전소가 지역사회에 뿜어낼 초미세먼지도 연간 570t에 달한다.
삼척블루파워 가동은 정부에 2050 탈석탄 목표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한다. 2036년까지 석탄발전소 30기를 점진적으로 폐쇄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무색하게도, 2021년 이후 새로 상업운전을 시작했거나 할 발전소는 7기에 달한다. 삼척블루파워가 수명대로 30년간 쓰이면, 2050년 뒤까지 석탄발전소가 가동되는 셈이다. ‘지구의날’을 맞아 아무리 환경 문제 심각성을 외쳐도 이런 신규 석탄발전소 1기 가동에 뻘쭘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탈석탄 시점인 2050년은 선진국에 비해 15~20년이나 뒤처졌다. 그마저도 목표만 있을 뿐 제대로 된 로드맵조차 없으니, 국제사회의 탈석탄 흐름과 달리 느긋하기만 한 정부가 답답할 따름이다.
지난해 7월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날 수해 실종자 수색 지휘통제본부장인 해병대 1사단 예하 7여단장이 사단장님께 (수색 종료를) 몇번 건의드렸다고 밝힌 녹취가 공개됐다.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에게 수색 종료를 여러 번 건의했으나 관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 전 사단장은 사건 발생 당시 수색을 계속하라고 명령한 사실도, 물에 들어가라고 지시하거나 통제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채 상병 사망 사건 발생 당시 해병대 1사단 제7포병대대장이던 이모 중령 측은 2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중령 측은 해당 녹취록이 임 전 사단장이 폭우에도 작전을 계속하라고 지시한 정황 중 하나라 보고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북경찰청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이 중령 측이 공개한 첫 번째 녹취는 지난해 7월18일 오후 3시 무렵 당시 경북 예천 수색 현장 지휘통제본부장인 7여단장과 통화한 내용이다. 7여단장은 당시 수색 현장을 방문해 임 전 사단장을 옆에서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지난해 7월18일 내성천 주변에 호우경보가 발령됐다며 그날도 엄청난 비가 내려서 현장에 있었던 이 중령이 7여단장에게 (중략) 작업 종료 건의를 드렸다고 말했다. 7월18일은 채 상병 사망 사건 하루 전날이다.
공개된 통화 녹취록을 보면 7여단장은 이 중령에게 정식으로 철수 지시를 하기는 상황이 애매해라며 내가 사단장님께 몇번 건의드렸는데 첫날부터 뭐 알잖아라고 말했다.
이어 애들 강인하게 이렇게 해야지 이게 하루이틀 갈 것도 아니고 첫날부터 사기 떨어지게 그러면 안 된다며 강하게 동기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지휘관이 그렇게 리더십을 잘 발휘해서 거기서 수색 정찰을 안 하더라도 작전 활동은 어쨌든 그 일대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그렇게 좀 해보자라고도 했다.
이 중령 측은 같은 날 7여단 작전과장과 통화한 내용도 공개했다. 작전과장은 방금 여단장이 안 그래도 전화 오셨다며 사단에서 육군 부대 철수했냐고 물어보셔서 철수했다고 하니까, 너네는 어떻게 하냐고 하셔서 (중략) 여단장 지시받고 저희는 정상적으로 하는 걸로 했다고 말했다. 작전과장은 이어 여단장님께서 방금 전화 오셨는데, 사단장님께서 옆에 계시는데 ‘정상적으로 하라’고, ‘16시까지인가라고 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 중령 측은 작전과장과 통화한 내용에 대해 육군은 당시 현장 작전통제권자인 육군 50사단장 명령으로 작전이 종료됐지만, 해병은 임 전 사단장이 현장 방문 후에 작전 지속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취지의 통화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에게 통제권이 없어 명령을 내린 바가 없다고 하지만, 작전 지속 명령을 스스로 내렸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 중령 측은 전날 공개한 진술서에서도 사고 전날 작전 중단을 건의했지만 사단장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이 중령 측 주장을 모두 부인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이날 경향신문에 보낸 입장문에서 작전통제권자 중 한 명인 여단장에게 수색 계속을 명령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7월18일 작전 종료 시점과 관련해 여단장이 마침 함께 위치하고 있던 본인에게 의견을 구했고, 이에 본인의 의견을 제시했다며 예하부대 등 전체 상황을 고려한 상황 평가 이후 여단장이 작전통제권자인 육군 50사단장에게 건의해 승인을 받아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23일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파면하고 수사받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전날 MBC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해 8월2일 이 비서관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8월2일은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넘긴 채 상병 사건 수사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가져간 날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이 기강을 무너뜨려서 국기를 문란하게 한 것으로 스스로 물러나거나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이 선파면한 후에 수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핵심 참모가 수사 외압을 행사한 수사 증거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다며 특검을 통해서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를 통해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채 상병 특검법을 지체 없이 받아들이는 게 변화의 시작이다. 특검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총선 민의를 거스르고 더 큰 국민적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실이 전방위적으로 이 사건에 관여한 게 드러났다. 특검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은 공멸의 길이라며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고 시간을 지연시키는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만큼 국민 분노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검사 출신인 이시원 비서관은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에 측근이고, 유재은 관리관은 채 해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수사 외압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사건에 깊이 연루된 자에게 전화해 어떤 지시를 했는지 공수처는 즉각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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