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를]응원의 외주화

[겨를]응원의 외주화

이진국 0 6 04.28 07:51
겨우내 체중이 3㎏ 불었다. 처음엔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근육이 붙은 것인 줄 알았는데, 얼굴이 동그래진 것을 보고는 단순히 살이 찐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에게도 절제의 기회는 있었다. 올 초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착용하고 실험해볼 일이 있었다. 음식별로 달리 튀는 혈당 스파이크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게 맞는 음식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이었다. 강력한 변수라 할 수 있는 우리집 냉동실은 맛집 그대로의 풍미를 재현한 떡볶이와 리소토, 해장국으로 차 있었고, 나는 이 재고의 양만큼 부지런히 포동포동해졌다.
20여년 축적된 다이어트 노하우를 총동원한 답은 이렇다. 저녁 8시 넘어서는 맥주도 입에 대지 않는다. 달고 짠 음식은 피한다. 버터가 들어간 빵, 특히 크루아상은 일주일에 한 개만 먹는다. 음식물 섭취 뒤에는 절대 소파에 드러누워 드라마 몰아보기를 하지 않는다. 이 정도로 나를 혹사시키지 않으면 체중 감량은 어림도 없다. 그리고 이대로는 최근 앓는 발 관절 통증도 이겨낼 수가 없다. 여기까지가 내가 스스로에게 불어넣는 설득의 논리다. 이런 맛깔나는 논리는 챗GPT도 쉽사리 만들 수가 없다. 이렇게 답할 따름이다. 체중이 조금 늘었군요! 간단한 팁 몇 가지를 소개할게요. 규칙적인 운동, 식사 관리, 충분한 수분 섭취, 적절한 수면.
인공지능의 대답이 신통치 않은 이유는 몇 가지로 압축될 것이다. 일단 위에서 보듯, 나에겐 이미 답이 정해져 있다. 문제 해결 방법을 비교적 잘 알고 있고, 설령 그 방법이 잘못됐을지언정 나라는 개인에겐 가장 효과적이다. 내가 정말 답을 몰라 챗봇에 묻는다 할지라도, 나라는 개인의 모든 내러티브를 지표화해 알고리즘에 넣는다는 건 영 어렵다. 개인맞춤형 답변에 이르는 길이 퍽 먼 것도 이 때문이다. 만일 챗봇이 빼어난 언변으로 나를 설득해 완벽한 해결책을 준다 해도, 우리 엄마처럼 내 행동을 제어하긴 힘들다. 스마트폰 스스로 내가 배달 앱과 마트 앱에 들어가는 걸 막는 날이라도 온다면, 스마트폰 업체와 해당 회사 간 소송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수많은 개인화 헬스케어 앱 회사들은 사용자가 스스로 동기부여하고 움직이도록 만드는 방법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꾸준히 데이터를 모아 때마다 조언을 던져주고, 적절한 식단을 짜서 배송도 해준다. 주변에 함께 운동할 사람들을 찾아주고, 관리 잘하고 있다고 틈틈이 토닥여주기도 한다. 중요한 건 사용자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인데, 사용자들은 친구들과의 술 약속, 인스타그램의 맛집 피드, 대충 살자는 메시지가 담긴 쇼트폼 같은 유혹에 쉬이 꺾인다. 명약이 있어도 먹지 않으면 효과가 없듯, 헬스케어 앱들은 정답을 쥔 채 사용자들을 움직일 방법으로 고심한다.
여러 난관에도, 개인적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들을 응원하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에게는 잘하든 못하든, 더 나은 행동을 독려하고 함께 완주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것에 지친 개인들이, 결코 지칠 리 없는 기계에 나를 응원해달라고 외주를 주는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개인을 정말 잘 구슬려 기어이 건강하게 살도록 돕는 서비스들이 나와서, 힘을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팍팍 받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용감한 자에게 행운이 깃든다
4·3 제주는 살아 있다
자녀 세대에 무엇을 상속할까
고인의 뜻과 관계없이 법정 상속인들에게 보장하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유류분이라고 한다. 헌법재판소가 25일 이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조항 일부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1977년 유류분 제도가 생긴 이래 47년 만에 첫 위헌 결정이 난 것이다.
현행 민법 1112조는 직계비속(자녀·손자녀)에게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배우자에게 2분의 1, 직계존속(부모·조부모)에게 3분의 1, 형제자매에게 3분의 1을 주도록 규정한다. 헌재는 이 가운데 형제자매에게 3분의 1을 주도록 한 규정을 단순 위헌으로 결정했다. 이 조항은 이날로 효력을 상실했다.
헌재는 민법 1112조가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의 유류분 상실사유를 별도 규정하지 않은 것도 헌법에 어긋난다며 2025년 12월31일까지 유류분 상실사유를 별도 규정한 보완 입법을 하라고 국회에 주문했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했다. 헌재는 공동상속인 중 상당 기간 특별히 고인을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사람(기여상속인)에게 고인이 증여한 재산을 유류분 배분의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 민법 1118조 일부에 대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유류분 제도는 법정상속인의 상속권 보장과 공평한 상속을 위해 도입됐다. 특히 장남 위주 상속 문화에서 소외된 부인과 딸도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헌재는 유족의 생존권 보호, 가족 관계 단절 방지라는 입법 목적은 지금도 정당하다고 봤다. 법정상속인의 상속 비율을 일률적으로 정한 것도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유류분 제도의 틀을 유지하되 국민의 법감정이나 상식과 맞지 않는 부분만 떼어내 위헌·헌법불합치 결정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류분 상실 사유이다. 현재는 불효·패륜을 저질러도 유류분만큼 상속받게 돼 있다. 법에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2019년 가수 구하라씨가 사망하자 20여년 전 가출한 친모가 상속분을 달라고 소송을 걸어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헌재가 시한으로 정한 내년 말까지 보완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류분 제도 자체가 효력을 잃게 돼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해진다. 법무부는 2019년 유류분 대상에서 형제자매를 제외한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국회에는 부양 의무를 저버린 부모 등의 상속을 제한하는 일명 ‘구하라법’이 계류돼 있다. 국회는 기존에 제출된 법안들을 토대로 촘촘하게 보완 법안을 만들어 제도 변경에 따른 법적 분쟁과 혼란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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