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위해 성확정수술 강요는 위헌” 지적

[단독]법원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 위해 성확정수술 강요는 위헌” 지적

이진국 0 8 05.09 01:53
트랜스젠더들이 성별 변경 기준을 정한 법률이 없어 법원으로부터 성별 정정을 받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법원과 재판부에 따라 ‘성확정수술’을 허가 요건으로 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성확정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5명의 성별 정정을 허가한 한 법원은 성전환(성확정) 수술 강요는 위헌이라고 비판하면서 입법 공백을 지적해 주목을 받고 있다.
청주지법 영동지원의 한 재판부는 지난달 4일 성확정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여성 A씨 등 5명의 성별 정정을 허가하며 성별 변경 기준을 정한 법률이 없는 현 상황을 짚었다. 재판부는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과 관련해 성전환수술을 요건으로 두는 것은 헌법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성적 자기결정권 등에 대한 중대한 제한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관련된 법원 판결의 근거로 쓰이는 현행 대법원 예규에 대해선 법률이 아닌 지침으로 규정한 것은 ‘법률유보원칙’에 반하며 당사자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해 비례원칙에도 위반하여 위헌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신청 사건 등 사무처리지침(가족관계등록예규)’에서 허가기준으로 삼아온 생식능력 제거수술·외부성기 형성수술 여부를 2011년 ‘허가기준’에서 ‘조사사항’으로, 2020년에는 ‘참고사항’으로 개정했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해당 조항을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아직 대법원 예규가 개정되지는 않았으나 생식능력 제거수술이나 외부성기 형성 수술 등을 (법적인) 성별 정정 허가 요건으로 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성전환수술을 받도록 강제하는 것은 성전환자에게 자신의 신체의 온전성을 스스로 침해할 것을 부당히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성확정수술 여부가 성별 정정을 위한 ‘필수 요건’이 아니지만 이를 허가 기준으로 해석하고 판결을 내리는 법원은 여전히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확정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들은 이른바 ‘수술 없이도 허가를 잘 내주는’ 지방법원을 찾아 자신의 등록기준지를 변경하는 식으로 성별 정정에 나선다고 한다. A씨 등 5명도 청주지법 관할이 원래 등록기준지가 아니었다.
성별 정정을 결심한 트랜스젠더들은 주로 당사자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와 오픈 채팅방에서 법적 절차와 최근 판례 동향 정보를 찾는다. 이 재판부에서는 호르몬 투여를 몇 개월 정도 했는지 묻더라, OO지법이 정정 판결을 잘 내준다 등을 공유하는 식이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의 송지은 변호사는 제도적으로 명확히 마련된 기준이 없다 보니 당사자들은 정보를 찾기 위해 커뮤니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커뮤니티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은 이마저도 알지 못해 정보 격차가 인스타 팔로워 생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에 참여한 트랜스젠더 591명 중 법적 성별 정정을 하지 않은 응답자는 86%(508명)다. 응답자들은 성별 정정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로 ‘성전환 관련 의료 조치에 드는 비용’, ‘성전환 관련 의료 조치에 따른 건강상 부담’ 등을 꼽았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B씨도 성별 정정수술 비용 부담으로 법적 성별 정정을 미뤄왔다고 전했다.
법적 성별 정정에 필요한 요건과 절차 등을 명확히 정한 법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성확정수술을 받지 않아도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을 입법 예고했으나 발의에 필요한 의원 수를 충족하지 못해 발의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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